매주 화요일 7시 50분, 둘째 아이와 함께 학교로 향합니다. 엄마와 함께 가는 게 마냥 즐거운지 우리 아이도 나만큼 발걸음이 가벼워 보입니다. 교문에서 나와 아이는 헤어집니다. 우리 아이 반엔 다른 이야기 선생님이 봉사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회원분들 보다 먼저 도착한 도서관에 들어가면 아이들의 손때묻은 책 냄새가 가득합니다. 불을 켜고 창문을 열고 아이들을 생각하고, 일주일동안 동화책과 동시를 열심히 읽으며 준비하셨을 이야기 선생님을 기다립니다.
한 분, 두 분 환한 미소를 띠우며 도서관에 들어오는 이야기 선생님들. 다들 이른 아침시간이 분주했을텐데 얼마나 바지런스러우면 저렇게 예쁘게 하고 오시는지... 이야기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오늘도 열심히 하자고 서로를 격려하며 ‘딩동댕’시작을 알리는 벨소리에 맞추어 각자 아이들이 기다리는 반으로 향합니다.
1학년 4반 교실에 들어서면, “오늘은 무슨 책이에요?”인사를 나누기 전에 아이들에게 받는 질문입니다. 처음엔 많이 산만하던 아이들 때문에 애를 먹었는데 한 번, 두 번 만남이 거듭될수록 조금씩 차분해집니다. 특별히 조용히 들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조용히 하려 애쓰는 모습이, 친구가 떠들면 대신 혼내주는 모습이 참 기특하기만 합니다. 일주일에 하루 짧은 시간이지만 30여명의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며 그 모습 속에 내 행복이 담겨 있지 않나 생각하며 준비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오늘의 준비한 이야기는 「딸기밭의 꼬마 할머니」.
겨울인데도 날씨가 따뜻해 싹이 돋았습니다. 딸기밭 땅속에 살고 있는 꼬마 할머니는 갑자기 너무 바빠졌어요, 왜냐하면 딸기가 열리면 딸기에 빨간 색을 칠해 주어야 하거든요. 열심히 일을 다 마치고 탐스럽게 열린 딸기를 보고 흐뭇해하는 꼬마 할머니. 한 겨울이지만 눈 속에 파묻힌 딸기 덕분에 숲 속 동물들은 매우 즐거워합니다.
딸기의 빨간 색이 꼬마 할머니에 의해 칠해진다는 재미있는 발상이 있는 이번 주 동화책으로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겨우내 동물들에게 먹이를 먹이기 위해 애쓰는 할머니의 사랑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나는 표정을 짓고 몸짓을 해 보이고 질문하며 나도 아이들과 함께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되어 책속으로 빠져 봅니다.
몇 번이나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연습했는데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망울을 마주 대하니 집에서와는 다른 신선한 떨림이 느껴집니다. 내가 하는 이야기 한마디 한마디, 표정 하나 하나에 함께 웃으며 이야기에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며 내 떨림은 기쁨으로 변해가고 난 구현동화 전문가가 된 듯 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꿈같은 20여분의 시간이 지나고 오늘 읽어준 동화책과 동시에 대해 이야기 한 후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더 나아진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겠다는 짧은 다짐을 맘속으로 한 채 아이들의 사랑을 가득안고 교실을 나옵니다.
다른 교실에서 나오는 이야기 선생님들. 다들 나와 같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합니다. 내가 느꼈던 아이들의 사랑, 내가 느꼈던 따뜻함, 내가 느꼈던 가슴 뿌듯함을 맛본 듯 합니다.
난 어린 시절에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 덕분에 책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내 주위에 있는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며 성장했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시작한 이야기 선생님. 나로 인해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고 책으로 마음이 부자가 되어 커가면서 점점 행복해 진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책 읽기를 마치고 동시를 한 번 더 들려 줄 때면, “다음엔 무서운 이야기 책 가져오세요.”라는 말을 어김없이 듣습니다. 이순간이 정말 행복합니다. 이 맛에 다음 주에도 아이들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싶습니다.